2009년 08월 05일
화투,

_ 며칠 전, 화투를 샀습니다. 그냥 화투는 아니었고, 소위 '디자인' 화투란 것이었습니다. 하나는 예쁘장한 캐릭터 화투였고, 하나는 무슨 명품 화투, 라고 광고하는 꽤 세련된 디자인의 화투였습니다. 예뻤습니다. 이런 예쁜 화투는 가지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화투 앞에 무언가 수식어가 붙었으니 사오천원 하는 편의점 화투의 두세배 가격이었지요. 화투가 도착한 날 저녁 먹는 자리에서, 나름 자랑을 하겠다며 꺼내서 지인에게 보여주었더니 요약을 하자면 '왜 그런 (쓸데 없는) 데 돈을 쓰니?' 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쁘잖아' 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 말론 '아무리 예뻐도 왜 화투에?' 라는 말을 하는 지인을 이해시킬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_ 집에 돌아와 가방에서 화투를 꺼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보물 상자가 쓰레기 상자로 변했구나.
_ 장난감 상자였을 종이 상자에 나름 중요하다고 모아놓은 나만의 보물 상자가, 어느날 방청소를 하는 어머니 눈엔 쓰레기통에 쳐박혀야 할 잡동사니 상자로 밖에 보여지지 않아, 집앞 쓰레기 더미 위에서 그 상자를 발견한 심정이랄까요. 과자를 먹고 나온 따조 몇 개, 처음 내 돈으로 사봤던 다 쓴 전화카드, 팔이 부러져 없어진 좋아하던 프라모델. 뭐 이런 것들이 사실 참 쓸모없는 것들이라 어머니 눈엔 그게 쓰레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테고, 그걸 나쁘다고 할 수만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상자를 다시 가지고 들어가면 왜 방 어지럽게 그런 걸 모아두냐며 어머니께 혼이 날테지요. 사실, 나도 어머니도 누구도 잘 못한 사람은 없지만, 조금은 서럽고 서운해서 한참을 상자안 물건들을 만지작 거리다, 결국 상자는 그대로 쓰레기 더미 위에 두고 집으로 들어갑니다.
_ 뭐, 사실 내가 좋아하는 걸 꼭 남도 좋아해야 하는 법은 없습니다. 사실, 작년인가 회사 근처에만 나가면 무슨 교복도 아니고 남자고 여자고 허연 굵은 실이 잔뜩 박힌 수십만원짜리 트루 뭐시기 하는 청바지를 떼로 입고 다니는 걸 보고, 저 또한 저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생각했었고, 아가씨들이 수백만원짜리 가방을 사들고 다니는 것 또한 이해하지 못합니다. 물론, 가격 순으로 제가 가진 렌즈들을 줄을 세우면 가까운 제주도부터 유럽까지 차례대로 렌즈 하나 당 왕복 항공권 값이 나오는 카메라에 대한 제 취미도, 사실 남들이 보면 이해하지 못할 거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_ 내게는 의미 있는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겐 의미가 없을 수는 있겠지만, 그 것이 무의미하고 쓸모없다고 평가 받는 건, 조금은 서운한 일 같습니다. 사실, 남들과 비슷한 것들을 좋아하고, 비슷한 것들에 의미를 두고 살면 애초에 그럴 일도 없을거란 생각은 합니다. 칼을 가지고 장난 치는 사람이 다친다며 말리는 사람을 원망할 순 없는 거니까요. 애초에 위험한 짓을 하지 않았으면, 싫은 소리 들을 일도 없었겠지요.
_ 그러면서 더 조심해야겠구나, 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또 어떤 것에 의미를 두는지 지금까진 별 생각없이 이야기하고 밝히곤 했지만, 이런 것이 나에 대한 '평가'로 이어 질 수 있겠구나, 란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취향을 지니고, 다른 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이상한 생각을 하고, 유치한 취향을 지니고, 쓸모없는 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_ 그래도, 화투는 참 예쁩니다. 마음에 들어요. ^^
# by | 2009/08/05 01:18 | 꿈은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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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 앱스토어에서 1센트 아끼기영화 (4회) / 에반게리온 : 파, 2009.가장 많이 읽힌 글은 홍대 돈부리 입니다.가장 대화가 활발했던 글은 화투, 입니다. ( 덧글 12개 ) 내이글루에 가장 덧글을 많이 쓴 사람은 술취한고양이군 입니다.:::::::::::::::::::::::::::::::::::::::: ... more
사람은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는 거고 그 '다른' 가치관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라는 것이 제 모토이기 때문에,
그걸 무시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폭이 좁다고 느끼게 하거든요.
그 사람의 '좁은' 평가에 나를 묶어둔다면 살기 참 팍팍하고 재미없어질 것 같은거죠 뭐.
무튼, 화투 귀엽습니다 ㅋㅋ
뭐랄까, 내가 인정한다고해서 남들도 인정해 주겠지, 라고 생각하는건 좀 순진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무튼, 스트라이다도 예뻐요. 탈 일이 없어서 그렇지, 참 탐나요. ^^
이거 좀 귀엽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