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04일
Leica M7

Leica M7 & Summicron 2/50
_ 저와 함께 지난달부터 동거 중이신 저희 마님의 성격을 요약하자면 "진지" 라는 단어가 가장 가까울 것 같습니다. 사실 "실없음"으로 요약되는 제 성격과는 참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헌데 이게 "난 고기가 진리, 하지만 그녀는 채식주이자" 같은 건 아니라 사실 진지한 분위기에서 분위기 파악하지 못하고 실없는 농담을 제가 던질 때 빼곤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합니다. 어쨌든, 그런 진지하신 그녀의 성격 중 스스로에게는 失이 되고, 참 고맙고 감사하지만 혹시나 마님께 누가되고 행여 부담이 될까봐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제 실없음에 대한 진지한 고려 및 경청이 그 것입니다.
_ 사실 몸매든 생각이든 '무게'란 것과는 참 관련이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늘 세상의 많은 것들이 흥미롭고 그래서 그런 흥미로운 것들에 참 쉽게 매혹되고, 그러한 매혹은 깊지 못하고 넓기만 합니다. 그래서 늘 저것에 관심이 있다, 이걸 가지고 싶다, 며 애들처럼 이것저것 마님께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마님은 그런 것들을 가벼이 생각하지 않으시고 늘 진지하게 들어주십니다. 이 라이카 M7이 바로 그런 마님의 진지한 경청의 결과지요.
_ 그간, 가끔씩 혹 가용한 범위 안에서 카메라의 끝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이 M7이다, 라고 말씀드리곤 했었는데 마님께서는 그걸 기억하고 계셨나봅니다. 결혼을 몇 달 앞두고 가지고 있는 M3를 Zeiss Ikon으로 바꿀까 고민하던 차에, 아가씨께선 선뜻 이번 기회에 M7으로 건너가라며, 돈을 건내주셨습니다. 사실 결혼 선물로 a la carte 모델 신품을 맞춰주고 싶었으나 그건 워낙 비싸서 못해주고, M3를 팔고 보테서 구입하라고 하시더군요.
_ 말씀은 참 고마웠지만 뭐랄까, 좀 염치가 없더라고요. 딱히 아가씨께서 함께하거나 공감하는 취미도 아니고, 마님께 평소에 선물을 진상하지는 못할 망정 사실 이것저것 지혼자 지르는데 바빴던터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허나 마님의 강권과 M7에 대한 유혹에 못이겨, 뭐, 결국 며칠 뒤 M7를.. 하하..하하핫 -_-;;;
_ 뭐 어쨌든 M7은,
_ M3에 비해 단연 좋은 건 내장 노출계였습니다. 사실 M3도 대충 평균 노출을 잡아놓고 암부 명부만 고려해서 한두 스탑 보정해서 찍는 터라, 딱히 촬영 속도가 느리거나 너무 번거로울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반셔터로 노출이 잡히는 건, 목이나 손목에 노출계를 걸고 다니며 측광해야 하는 것과는 편의성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더군요. 더군다니 조리개 우선모드를 지원하니, 뭐 이제 라이카 M바디가 자동 카메라가 된 것 같은 기분이더군요. 덕분에 예전엔 대충 조리개를 조이고서 Pan Focusing으로 초점 고정시켜 놓고 파인더로 구도만 잡던 것에 비해, 슬슬 심도에 신경 쓸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요.
_ 뭐, 대신 셔터의 느낌은 확실이 전자식인 M7이 못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건 기계적인 성능보다 촬영시의 만족감 문제라 딱히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만, 텅하는 느낌(아, 그러다고 셔터쇼크가 크다는 게 아니고요. 오히려 셔터소리는 M3보다 정숙한 느낌입니다)는 바디가 무슨 빈통같은 느낌을 준달까요. M3 샤각거리는 천셔터에 비해선 확실히 만족감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울러 이건 장점이자 단점인데, Pan Focusing 촬영이 줄었습니다. M3 쓸 땐, 사실 매번 조리개값을 조절하고, 또 거기에 맞는 셔터스피드로 바꾸기 귀찮다는 이유로 조리개를 조여 초점을 넓게 잡은 뒤 찍곤 했는데, 사실 이게 꽤 신속하고 간편한 방법입니다. 헌데, M7에선 셔터스피드는 바디가 잡아줄거란 생각에 계속 조리개를 만지게 되고, 그래서 포커스도 매번 다시 만지게 되곤 하더군요. 뭐, 오히려 촬영 속도는 M3를 쓸 때보다 오히려 느려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_ 사실 그 외엔, 필름 리와인딩은 아무래도 M7이 파격적으로 쉬워졌고(M3는 리와인딩하려면 손가락이 아파요 ㅠ.ㅠ), 필름 넣는 것도 매우 편해졌지만, 아무래도 클래식한 바디 디자인은 M7이 M3를 못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_ 어쨌든, 사진을 찍으면서 노출이 잘 나오긴 하려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그래서 슬라이드 필름도 거리낌없이 쓸 수 있다는 건 아무래도, 저 같이 초심자들에겐 참 좋은 것 같습니다.
_ 그나저나 결혼 준비다 뭐다 하며 바쁘더니, 결혼식을 치르고 나서도 계속 정신이 없어 사진 찍으러 갈 시간도 없어서 M7는 방안에서만 뒹굴뒹굴. 흑. ㅠ.ㅠ 슬슬 날 선선해지면 마님 모시고 사진 좀 찍으러 다녀야겠어요.
# by | 2009/10/04 00:31 | 항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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